오오후리

[타지미하] 폭풍우 치는 밤에

도라도라지 2013. 9. 2. 02:25


*


"타, 타지마 군...!"

"미하시!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천둥..쳐..."

"뭐야, 무서운 거야?"

"아니, 야...! 내일..내일 연습 있,을까.."


정곡을 찔리자 부끄러웠는지 급히 화제를 전환한다. 

속 보이잖아 바보. 나보다 백배는 바보야 미하시.


이대로 넘어가 주는 건 이즈미나 하는 짓이고, 나는 실컷 놀려 줘야지- 생각했는데, 문득 미하시의 넓고 휑한 방이 떠올랐다. 

휑-하니 빨간 책을 뒤지려 해도 숨길 장소조차 마땅치 않던걸.

미하시 집은 넓고...식구도 적고. 혼자 그 큰 방에서 자려니 무섭긴 하겠지.


아, 게다가 오늘은 아버지 어머니 모두 출장가셨다고 했나?



"알았어, 알았어. 무서울테니까 통화해 줄게"

"무섭, 지..않...!"


-번쩍-


"우앗 번쩍거렸어 번개야 미하시!!"

미하시! 하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꽈앙!!!!!!!!! 하고 천둥소리가 울렸다.


"으으..소리 엄청 커...들었어?"

"여기, 아직, 천둥...!!"


꽈아앙!!!!!! 그제야 휴대폰 너머로 천둥 소리가 들렸다.


"후으으......왔, 다.."

"무섭긴 무섭네..와아...소리 엄청크다 그치."


우리 집 가까이에서 번개가 쳤나 보다. 저쪽에서 소리가 늦는 걸 보니. 

으음, 한..3초쯤?


그렇게 말해 주었더니 미하시는 여전히 쪼그라든 채로 응...하고 웅얼거렸다.

맘같아서는 무서운 이야기를 해서 더 놀려주고 싶은데, 오늘은 혼자 너무 무섭겠지? ...울겠지?


울려볼까 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수다를 떨고 있는데, 또 번개가 쳤다. 


"또 온다!"

 

전화 너머로 긴장이 느껴져서 덩달아 살풋 긴장하고 있을 때,


꽈광!!!!!!!!


으아, 아까보다 커..... 아. 미하시쪽은 이번에도 아직이구나.


그렇다면, 하나, 둘...



[꽈광!!!!!!!]

"좋아해."


"으..으아아.."


들었을까? 


"무..무서워..."


쳇. 뭐가 무섭다는 거야. 내가 있잖아.


내 말은 못 들은 채 천둥이 무섭다고 하는 거겠지만 괜히 심술이 나서 그렇게 말해버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또다시 하나, 둘..



[삐리리릭]



예상대로 정확히 3초 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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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천둥 소리에 그렇게 차이가 있나 싶지만..

어릴 때 거리 차이 나면 그렇다고 배웠던 것 같은..데.......

레드썬..!


천둥치는 밤에 생각나서 썼던 것..